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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팬 시점에서 본 매트릭스 리저렉션

by 감상중년 2025. 7. 12.

올드팬 시점에서 본 매트릭스 리저렉션
올드팬 시점에서 본 매트릭스 리저렉션

 

2021년 개봉한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전설적인 매트릭스 시리즈의 4번째 작품으로, 네오와 트리니티의 귀환을 앞세우며 수많은 팬들에게 설렘과 기대를 안겨줬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다소 씁쓸했습니다. 특히 20여 년간 시리즈를 사랑해온 ‘올드팬’들에게는, 이 작품이 과연 우리가 기다리던 이야기였는가에 대한 실망과 혼란을 안겨줬습니다. 본 리뷰에서는 <리저렉션>이 왜 올드팬에게 감정적 거리감을 주었는지, 네오와 트리니티의 재해석이 어떤 논란을 불러왔는지를 중심으로 비판해보겠습니다.

 

 

네오의 무력화 – 전설의 영웅은 왜 퇴보했는가

<리저렉션>의 네오는 더 이상 구세주도, 시스템의 위협도 아닙니다. 그는 가상현실 안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살고 있으며, 그의 과거 기억은 ‘게임 속 이야기’로 취급됩니다. 문제는 그의 존재감입니다. 전작의 네오가 선택과 희생, 자유의지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던 반면, 리저렉션의 네오는 혼란스럽고 수동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며 영웅의 카리스마를 잃습니다. 각성 이후에도 능력은 미지근하고, 액션도 기존만 못합니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변화가 아닌, 그동안 네오가 상징해온 철학과 감정선이 무력화되었다는 느낌을 줍니다. 올드팬들은 바로 이 점에서 깊은 당혹감을 느끼게 됩니다.

 

 

트리니티의 역전 – 의미 있는 변화일까, 의도된 교체일까

트리니티의 각성과 액션 중심화는 분명히 오늘날의 흐름, 즉 여성 서사의 강화에 부합하는 변화입니다. 하지만 <리저렉션>에서의 트리니티는 단지 강화된 캐릭터가 아니라, 이야기의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새로운 주인공’으로 기능합니다. 마지막에는 심지어 네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보여주며 매트릭스를 함께 재설계하는 위치에 오릅니다. 이것이 의미 있는 진화로 보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네오라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트리니티를 위한 보조적 존재’로 변질시키며 오랜 시리즈 팬들에게는 충돌을 불러옵니다. 이 변화가 감동으로 다가오지 못한 이유는, 트리니티의 성장 과정이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감정 회복이 아닌 감정 소외 – 서사에 공감할 틈이 없다

<리저렉션>은 네오와 트리니티의 재회, 기억의 회복, 감정적 연결을 중심에 두지만, 이 서사에는 감정적 설득력이 부족합니다. 두 인물은 오랜 시간을 떨어져 있었고, 새로운 삶을 살아왔지만, 그 과정은 관객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트리니티가 왜 가족을 버리고 네오를 선택하는지, 그 감정의 복잡성은 축소되거나 생략되어 있습니다. 반면 감정선 없이 던져지는 메타 대사나 자기 참조적 유머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결국 올드팬이 원하던 ‘감정의 귀환’은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감정의 이탈’을 느끼게 됩니다.

 

 

캐릭터만 남고 신화는 사라졌다 – 왜 돌아왔는가에 대한 답 없음

리저렉션은 “왜 돌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서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네오와 트리니티의 귀환은 반가웠지만, 그들이 어떤 새로운 메시지를 던지는지, 어떤 싸움을 위해 다시 깨어났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캐릭터는 복귀했지만, 신화는 복구되지 않았습니다. 전작들이 쌓아온 신화적 세계관, 인간과 시스템의 철학적 갈등, 존재론적 질문 등은 희미해졌고, 대신 멜로드라마와 메타 유희만이 남았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올드팬이 리저렉션을 반가워하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올드팬에게 리저렉션은 ‘귀환’이 아닌 ‘이별’이었다

<매트릭스 리저렉션>은 확실히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이었지만, 그것이 감정과 세계관을 제대로 품지 못했다는 점에서 ‘리셋’이 아닌 ‘해체’로 다가왔습니다. 올드팬에게는 반가운 얼굴들과 재회했지만, 그 속에서 느낀 것은 익숙함이 아닌 낯섦이었습니다. 네오와 트리니티는 돌아왔지만, 그들이 상징하던 가치와 감정은 되살아나지 않았고, 결국 이 영화는 ‘매트릭스라는 신화와의 마지막 작별 인사’로 기억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