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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 - 꺼져버린 불꽃의 끝

by 감상중년 2025.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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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맨: 다크 피닉스 - 꺼져버린 불꽃의 끝
엑스맨: 다크 피닉스 - 꺼져버린 불꽃의 끝

 

엑스맨: 다크 피닉스는 폭스가 제작한 엑스맨 시리즈의 감정적이고 폭발적인 피날레가 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조용한 실패였습니다. 진 그레이의 내면적 고통을 깊이 있게 다룬 서사가 될 거라 기대했지만, 영화는 캐릭터도, 시리즈의 유산도 제대로 기리지 못한 채 혼란스럽고 생기 없는 이야기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왜 이 영화가 팬들과 평론가 모두에게 외면받았는지, 그 핵심적인 이유들을 하나씩 짚어봅니다.

 

재탕된 플롯, 그러나 더 나빠진 연출

진 그레이가 피닉스로 각성하는 이야기는 이미 《엑스맨: 최후의 전쟁》(2006)에서 다뤄진 바 있습니다. 다크 피닉스는 이 상징적인 코믹스 아크를 다시 한 번 제대로 재해석하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더 많은 러닝타임을 들이고도 더 적은 감정만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감정적 긴장을 쌓기보다는, 영화는 진의 변화 과정을 서둘러 그려냅니다. 그녀가 위험하다는 건 자꾸 말로만 전달되고, 정작 우리가 왜 그녀를 걱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지 않습니다. 감정의 무게감은 전혀 전달되지 않죠.

 

감정 없는 리액션, 납작한 캐릭터들

엑스맨 초기 시리즈의 장점은 팀 간의 역동성과 감정적 유대였습니다. 그러나 다크 피닉스 속 캐릭터들은 껍데기처럼 느껴집니다. 등장인물 간의 갈등도, 감정선도 얕고 피상적입니다. 중심 인물의 죽음 같은 큰 사건도 놀랍도록 담담하게 지나가며, 아무런 여운도 남기지 않습니다.

사이클롭스는 단지 걱정하는 남자친구로 축소되었고, 미스틱은 입체성 없는 도덕적 잣대로만 등장하며, 프로페서 X는 묘하게 순진하고 조종적인 인물로 그려져 오래된 팬들에게 당혹감을 줍니다.

 

일관성 없는 템포와 어색한 연출

영화의 전개는 느리고 끊깁니다. 초반은 설명투성이로 지루하게 이어지며, 후반부는 중요한 장면들을 서둘러 넘어갑니다. 감독 사이먼 킨버그에게는 첫 연출작이었지만, 이야기의 무게와 스펙터클의 균형을 끝내 잡아내지 못합니다.

진과 매그니토의 대면, 진의 감정 폭발 같은 장면들은 충분한 감정적 축적 없이 이뤄지며, 클라이맥스를 향한 긴장감도 없이 장면만 연달아 나열됩니다.

 

활용 못한 설정, 잊혀진 악당

제시카 차스테인이 맡은 외계 종족 리더는 흥미로울 수 있었지만, 완전히 무색무취한 캐릭터로 전락합니다. 동기는 불분명하고, 존재감도 없습니다. 훌륭한 배우가 개발되지 않은 캐릭터 속에 갇혀버린 셈이죠.

그리고 피닉스 포스라는 설정 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마블 유니버스에서 가장 강력한 에너지 중 하나인 이 힘은 단지 반짝이는 설정 장치에 불과할 뿐, 그 신화성이나 경외감을 거의 전달하지 못합니다. 코스믹한 감정은 사라지고, 흔한 SF 소품으로 축소되었습니다.

 

개척자의 마무치고는 지나치게 초라했다

엑스맨 시리즈는 현대 슈퍼히어로 영화의 길을 연 선구자였습니다. 엑스맨 2,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등은 성숙한 주제를 감정적으로 탁월하게 풀어냈습니다. 그러나 다크 피닉스는 그 찬란했던 시대를 조용하고 무기력하게 닫아버립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재미없는 수준을 넘어서, 정말 좋을 수 있었던 영화가 그렇게 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 아쉽습니다.

 

🔥 피닉스는 결코 날아오르지 않았다

결국 다크 피닉스가 실패한 건 단순한 연출 실수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 영화는 엑스맨이 오랫동안 지켜온 정체성—개성과 갈등, 그리고 인간성—을 잊어버린 채 만들어졌습니다. 불꽃이 꺼진 게 아니라, 처음부터 제대로 붙지 않았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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